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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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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막** |
등록일 | 2000.04.24 |
잘 지내지? 또 왔어. 누나 힘든 몇 일을 보냈단다. 그래서 널 찾아왔어. 누난 27년을 꽤 잘 살아왔다고 자신했었는데, 그게 자만이었나봐. 아직도 심지가 없고, 뭐가 잘 사는 건지, 뭐가 중요한 건지 잘 모르겠어. 영화같은 걸 보면, 어떤 장면이 나오고 그 다음 장면으로 휙 지나가면서 '몇 십년 후'라는 자막이 나오지? 누나도 그랬음 좋겠다. 예전엔 나이 먹는 게 싫었는데, 요즘엔 빨리 세월이 휙하고 지나버렸음 좋겠어. 안정된 생각과 주관을 갖고 둥글둥글하게 살아가는 나이가 되었음 좋겠다. 20대는 원래 불안정한 시기이겠지? 내 생각이 한 쪽으로 굳어버리는 것도 싫지만, 갈피를 못잡고서 뭐가 뭔지 모르고 왔다갔다 하는 것도 싫다. 누나 요즘 성당을 많이 빠졌는데, 참 찔린다. 벌받으면 어쩌나 하고. 대신 네가 하느님께 말씀 좀 잘 드려주렴. 그리고, 누나와 함께 있어줘. 누난 방황하는 20대거든. 네가 누나의 중심을 잡아주렴. 보고싶다. 건강하게 잘 지내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