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는 청계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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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진영 | 조회수 | 2660 |
등록 부서 | 김진영 | ||
등록일 | 2011/10/21 21:01 | ||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조경학과 김진영(20090205)
전 세계적으로 '발달된 한나라'의 도심 속에서 산이 도시 면적의 반을 넘게 차지하고, 물이 그 안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산과 물이라는 요소는 단순히 자연의 요소가 우리 가까운 곳에 있다는 1차적인 장점에서 나아가, 그 도시의 분위기와 환경을 개선해준다는 2차적인 장점,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3차적인 장점에까지 이른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 그 안에는 사신사라 일컫는 북악산, 인왕산, 낙산, 남산, 관악산을 포함한 많은 산줄기들, 그리고 그 안에서 흐르는 한강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한강에 줄기를 내리고 있는 천이 바로 ‘청계천’인데, 위의 큰 자연요소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못치 않게 중요한 요소가 바로 청계천이라고 생각한다.
청계천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우리 일상생활 속에 아주 당연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우리는 청계천을 바라보는 데에 있어서 좀 더 높은 시각을 지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청계천은 우리가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라면 정말 찾아보기 힘든 ‘흐르는 물(水)’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흐르는 물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없다는 것은 아니다. 백마강 역시 부여에 사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물이다. 하지만 청계천만큼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안에 스며있고, 또한 접근까지 쉬운 곳은 없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청계천이라는 존재는 그 시설이 어떻게 돼있든, 참으로 가치 있는 존재다.
서문이 길었는데, 이러한 점을 중요시 여겼다는 전제를 두고 청계천 답사기를 적어보려 한다.
이번에 청계천을 방문하기 전에도 몇 번 답사로 청계천을 간 적이 있는데, 이번에 전문가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청계천을 걸으니, 전에는 몰랐던 여러 가지를 많이 알게 되었다.
설계자의 의도로서 청계천 안에 조성되어 있는 요소들은 생각보다 상당히 다양했다. 역사, 문화, 교육, 휴식, 경관 등 조경에 있어 활용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요소들이 들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새로웠던 점은 바로 역사에 관한 부분이다. 내가 전통조경학과인지라 옛날 고문헌이나 고지도 등을 많이 살펴보다 보니, 어떠한 공간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 그 공간의 특정한 과거를 연관 짓는 쪽에 상당히 관심이 많고, 또한 그러한 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청계천은 이러한 가치관을 충분히 지니고 있는 듯하였다. 특히 과거에 청계천의 큰 다리 역할을 했던 ‘광통교’, 광통교는 현재 이름만 남아 새로운 다리의 형태로 세워져 있지만, 예전에 있던 다리 위치에 광통교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모습을 보고 ‘역시 청계천에도 이러한 옛날의 모습이 남아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이 전에는 왜 그 흔적에 대해 아무 의문을 지니지 못했을까’, ‘왜 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라는 아쉬움 역시 남았지만 말이다.
이 광통교와 함께 기억에 남는 과거의 흔적 또 한 가지는 바로 교각의 흔적을 남겨놓은 부분이었다. 이는 청계천의 끝자락에 설치되어 있는데, 과거 청계천 위로 세워져있었던 교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서울의 선유도공원이 생각났다. 뭔가 과거의 흔적을 남기고 있으면서도, 그 자체가 하나의 경관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매력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광통교는 물에 잠겨 있는 모습도 있어 특별히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관적으로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기도 한다. 물론 정말 의미 있는 과거의 모습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교각의 흔적은 눈에도 띄는 새로운 경관이면서도 동시에 과거의 모습을 지니는 요소이기 때문에 아주 잘된 조경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점에 상당히 만족을 하면서도 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러한 흔적들은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점들을 처음에 말한 ‘흐르는 물’이라는 청계천의 특징과 연결짓는다면 충분히 청계천의 방문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상당히 개념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흐르는 물이라는 청계천의 모습이 지금까지 청계천이 지녀 온 시간들, 그리고 앞으로 흐르게 될 시간의 모습을 담기에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청계천에 적용되어 있는 과거의 청계천, 현재의 청계천, 미래의 청계천이라는 테마와 거의 같은 생각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이라 좀 더 설계의도가 완벽하게 표현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비단 과거의 흔적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청계천에 조성되어 있는 다양한 요소들 모두가 이번 답사 때처럼 설명을 듣거나 따로 책자를 받지 못했다면 알기가 쉽지 않았던 부분인 점이라 더 큰 아쉬움이 됐다.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청계천의 가치가 더욱 더 높아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청계천 5.8km. 어떻게 보면 상당히 길지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짧은 거리였다. 물론 걷는 내내 감상에 젖어 청계천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5.8km라는 공간 속에서 과거의 흔적을 발견한 것에 대해 상당히 만족을 하는 답사였다. 물이 흐르고 산이 솟아있는 도시,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도시이다. 서울은. 그 속에서 청계천이라는 조그만 물줄기가, 앞으로 서울에서 나아가 한국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주는 커다란 한줄기 빛이 되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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